이슈&분석 ∥ 농협 유가공산업 진출 가능성 진단(상)
이슈&분석 ∥ 농협 유가공산업 진출 가능성 진단(상)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7.13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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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서울우유와 손잡고 유가공사업 진출 가능할까?

연합사업 서울우유에 이익은 없고 리스크만 증가
자체 잉여 원유 해소도 어려워 연합사업 엄두 못내

농협중앙회와 회원낙협들은 최근 유가공사업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을 도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
농협의 유가공사업 진출 시도는 4대 유업체(한국야쿠르트, 남양, 매일, 빙그레) 중심으로 국내 유가공시장이 안정되면서 낙농농가들과 낙농조합들이 이들 유업체에 종속되고 입지가 줄어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농협중앙회가 판매농협 구현을 위한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며 육류유통 부분에 막대한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과 달리 낙농부분의 경우 농협중앙회의 신규투자는 물론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다 보니 위험부담이 큰 유가공사업 진출 요구를 한마디로 거절할 수도 없는 것이 현재 농협이 처한 상황이다.
문제는 유가공사업에 어떤 방식으로 진출하느냐에 있다.
조합장들의 구상은 충청권에 유가공공장을 새롭게 건설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미 유가공사업에 진출했다 실패했던 농협중앙회로서는 실패했을 경우를 생각 안할 수도 없고 낙농유가공산업이 공급과잉 상황에 놓여 있는지라 대형인프라 건설이 자칫 오히려 낙농업계에 더 큰 해를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쉽지 않은 유가공산업

유가공사업 진출이 쉽지 않은 것은 서두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국내 유가공시장이 서울우유협동조합과 4대 대형유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돼 안정됐기 때문이다.
국내산 유제품만 놓고 보았을 때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남양유업, 매일유업이 국내 시유시장을 양분하고 있고 그 다음으로 큰 부분인 영유아 조제분유 시장의 경우 남양, 매일, 파스퇴르가, 고부가가치 품목인 발효유 부분은 한국야쿠르트, 빙그레, 남양 등으로 시장 판도가 수년 전에 이미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커피우유를 필두로 한 가공유도 빙그레, 남양, 매일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농협 브랜드를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일괄된 생각이다.
특히, 유가공사업은 다른 제조업과 달리 신선품인데다 보관이나 재고관리가 쉽지 않아 식품대기업들도 진출했다 별 재미를 못 봤던 분야다. 롯데그룹이 롯데햄우유를 통해 유가공부분에 진출했지만 전문 유가공기업들의 등살에 밀려 결국 2007년 사업을 접었고 해태유업도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고 동원으로 넘어갔지만 동원도 사업 확장에 실패하고 OEM제품 생산에 전념하며 현상유지에 급급한 상황이다. 농협중앙회(구 축협중앙회)도 1997년 유가공사업에 진출했다 5년여 만에 사업을 접고 매일유업에 유가공공장을 헐값에 넘겨 많은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방우유의 몰락 등 수많은 실패사례는 유가공사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증거하고 있다.
신생 업체로 유가공부분에 그나마 안착한 기업은 파스퇴르유업으로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긴 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만큼은 저온살균 우유 출시를 통해 타 유업체와의 차별화에 확실히 성공하며 후발주자로서 그나마 선전한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파스퇴르도 서울우유+4대유업체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고 한국야쿠르트를 거쳐 최근 롯데그룹으로 인수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우유와 손잡으면 성공(?)

낙협과 농협중앙회가 대안으로 내 놓은 것이 서울우유협동조합과 유가공사업을 희망하는 낙협 그리고 농협중앙회가 연합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건국대 김민경 교수가 연구용역을 통해 농협중앙회나 낙협 중심의 사업은 실패 가능성이 너무 높기 때문에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는 협동조합 브랜드 서울우유와의 연합사업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이 수천만원짜리 연구보고서에는 어떤 방식으로 서울우유와 연합사업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담겨져 있지 않다.
각 주체가 지분을 출자해 새로운 유가공회사를 차리라는 것인지 아니면 낙협들이 원유를 공급하고 서울우유가 이를 제품화하라는 것인지 여러 모델이 있을 수 있을텐데 이러한 내용은 빠져 버리고 서울우유와 함께 논의해 봐라는 식으로 문제제기만 하고 만 것이다.
사실 서울우유 중심의 유가공사업 전개는 이전부터 이야기가 됐던 부분으로 현재 유가공사업을 하고 있는 부산경남우유협동조합의 경우 현 조합장의 공약사항이 서울우유와의 합병일 정도로 연합사업의 필요성에는 김민경 교수의 제안 이전에 누구나 공감하고 있던 부분이다.
연합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서울우유가 다른 낙협이나 농협중앙회의 바람과 달리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2002년 낙농진흥회 탈퇴 이후 줄곧 원유수급조절에 애를 먹고 있고 매일 많은 양의 잉여원유를 처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즉, 조합원이 생산한 원유조차 다 판매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낙협과의 연합사업 추진은 쉽지 않은 것이다.
더군다나 농협중앙회와의 연합사업이 서울우유에 득이 되기보다는 농협중앙회나 낙협에 만 득이 되는 사업이다 보니 서울우유 입장에서는 리스크만 커지고 인센티브는 제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합사업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이미 서울우유와 농협중앙회 그리고 서울우유와 낙농관련조합 간에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사업 가능성을 타진해 봤지만 서울우유 측이 모두 완곡히 거절한 상황으로 더 이상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우유와 연합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현재 잉여원유까지 모두 소진할 수 있는 새로운 판매창구의 마련을 포함한 서울우유를 참여 시킬 만한 유인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공동사업 추진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앙회-서울우유 오랜 갈등 관계

여기에 중앙회와 서울우유협동조합 간 오랜 갈등 관계도 연합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최대 리스크는 선도농가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데 있다. 선도농가들의 경우 협동조합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수입도 넉넉하고 판로도 안정적이어서 낙농부분 뿐만 아니라 타 부분도 협동조합 참여율이 높지 않다. 마지못해 조합원으로 가입할 뿐 원자재 구매 생산한 농축산물 판매도 자체 유통망이나 거래업체를 통해 직거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협동조합은 이들 전업농 선도농가들의 참여를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 낼지가 늘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모습은 중앙회와 회원조합 간에도 발생한다. 신용사업이 됐던, 경제사업이 됐던 간에 자립기반을 구축한 조합의 경우 중앙회 사업에 전폭적으로 따라가지 않는다.
중앙회로부터 떨어지는 떡고물이 없는 상황에서 중앙회 눈치 보며 사업을 진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으로 이러한 선도조합들은 중앙회 입장에서 ‘눈엣가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농협중앙회와 회원축협의 배합사료의 경합문제, 신용사업의 경합에 따른 회원농협들의 시군지부 폐지 요구 등이 대표적인 것으로 해묵은 갈등 중 하나다.
서울우유도 과거 축협중앙회가 유가공사업에 진출하기 이전부터 브랜드나 로고사용문제로 갈등을 빚어왔고 축협중앙회가 목우촌우유 사업을 시작한 이후에는 중앙회와 회원조합이 직접 경합하면서 앙금이 커져 버렸다.
최근 농협중앙회가 서울우유의 협동조합 브랜드 사용을 요구하는 등 과거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연합사업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서울우유는 크게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경우 과거의 갈등이 다시 살아나면서 연합사업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들어 내고 있다. 

  • 7월 23일자 <농협 이렇게 하면 유가공사업 진출 가능하다>가 보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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