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악의 가뭄 곡물 이어 조사료 수확량도 급감
미 최악의 가뭄 곡물 이어 조사료 수확량도 급감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7.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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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한우파동 재현 가능… 축산업계 대규모 구조조정 대비해야

2007~2008년, 2010~2011년에 이어, 올해도 주요 곡물 수출국의 이상기후 등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며 국내 축산업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축산업계 전체가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수익률이 악화된 상황에 내년 초 배합사료가격이 본격적으로 인상될 경우 홍수출하 등 축산농장 포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농협경제연구소 최근 발행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2년 6월 중순 이후 미국·브라질·러시아 등 주요 곡물 수출국의 가뭄과 이상고온 등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또 다시 급등하고 있는데 2012년 7월 초 국제 밀 가격은 톤당 316달러로 6월 평균보다 15% 올랐으며 옥수수는 305달러, 콩 602달러로 각각 12%, 13% 상승했다.
특히, 7월 초 곡물가격은 애그플레이션이 있었던 2007~2008년의 평균가격 보다 밀은 9%, 옥수수는 58%, 대두는 56% 높은 수준으로 USDA(미 농무부) 전망에 따르면, 2012/13년 세계 곡물 재고량(공급량-소비량)과 재고율(재고량/소비량)은 각각 4억7800만톤과 20.3%로 2000년대 평균 재고량 4억8500만톤과 재고율 21.8%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세계 곡물수급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6월까지만 하더라도 FAO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주요 곡물 수출국의 가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재배면적 확대 등을 들어 곡물생산량은 2011년 대비 3.2% 증가하고 2013년도 기말재고량도 기초재고량 대비 7% 늘어난 5억4800만톤이 될 것이라며 낙관했다. 특히, 이 같은 재고량은 2002년 이후 최대치가 될 것이라며 밀 26.1%, 쌀 34.6%, 잡곡 16.2%의 2013년 기말 재고율을 전망했다가 한 달 만인 7월 9일 밀 25.8%, 쌀 34.9%, 잡곡 15.3%으로 쌀을 제외한 주요품목의 재고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렇게 재고율 전망치를 수정한데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주요 곡물 수출의 대부분을 감당하고 있는 미국에 56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 해양대기청(NOAA)이 7월 1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미국 대륙의 55%가 심각한 가뭄 피해를 입고 있고 이는 국토의 56%가 가뭄상태에 놓였던 1956년 이후 가장 넓은 가뭄 피해”라고 밝혔다. 또 미국 대륙의 80%가 이상 건조 현상으로 작물경작지는 물론 초지 등이 상당수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피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극심한 가뭄으로 지난 3개월간 미국의 옥수수·콩 생산이 심각한 타격을 받아 미 농무부(USDA) 등은 올해 옥수수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5~30% 감소하고 콩 생산량도 1988년 가뭄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현재 미국 외에 곡물 반출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의 대규모 가뭄상황은 2008년 에그플레이션을 넘어서는 위기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
이번 가뭄이 2008년 에그플레이션 상황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은 당시와 현재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2008년 당시는 충분한 공급에도 불구하고 투기성 자본이 선물거래 등을 통해 곡물가격에 거품을 형성해 놨다면 현재는 가뭄으로 생산량 자체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제분협회, 전분당협회, 사료협회, 농협사료 등 주요 곡물 수입업계는 선물거래를 통해 밀과 콩, 옥수수 등의 국내 도입물량을 연말까지 이미 확보해 놓아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6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1/4분기 국내 도착되는 물량부터는 가격 급등은 물론 물량확보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이상기후에 따른 글로벌 흉작은 당장 배합사료가격이 급등하며 축산업계에 충격을 가할 것으로 보이고 이후 수입곡물을 원료로 하는 제과 제빵업계가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4~6월 극심한 가뭄으로 국내산 조사료의 작황이 좋지 못했고 매년 쌀 재배면적 감소로 국내산 조사료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 추진되고 있는 수입조사료 쿼터 증량도 미국의 목초지 가뭄으로 인해 수입이 원활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이미 목초 부족으로 소의 조기 출하 홍수출하가 시작되고 있고 가축의 입식을 줄이는 분위기지만 국내 축산업계는 공급과잉으로 축산물 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형성되는 가운데도 적극적으로 사육수 조절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대비 없이 내년 배합사료 및 조사료 급등이라는 위기상황을 맞이하게 될 경우 대규모 사육포기 등 구조조정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1998년 한우파동 당시도 환율 급등에 따른 배합사료가격 급등과 외환위기 여파로 축산물 소비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가격까지 급락해 대규모 사육포기와 암소도축으로 이어졌는데 최근 공급과잉으로 자신감을 크게 상실한 한우업계가 배합사료, 조사료 가격 급등이라는 이중고를 또다시 맞이하게 될 경우 1998년 상황의 재판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어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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