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인들은 왜 분노하지 않는가?
유통인들은 왜 분노하지 않는가?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12.0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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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정권·대선후보, 유통단계 축소 공약 무대응 일관

정치권·소비자·생산자 유통 현장 이해 부족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11월 19일 한농연 주최로 개최 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유통분야 공약을 발표했다.
내용인즉 생산자-수 집상-도매상 등 6단계에 이르는 농축산물유통구조를 간소화해 생산자-농협-소비자 3단계로 축소하기 위해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유통단계 축소, 계열화 구상은 박근혜 후보만이 주장한 내용은 아니다.
이미 역대 대통령들이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편익을 농가와 소비자에게 나눠줘 농가는 더 높은 값을 받고 판매하고 소비자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찬공약을 수도 없이 발표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형소매유통의 등장으로 인한 직거래가 과거와 비교해 많이 늘어나고 생협 등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 채널이 확대되는가 하면, 온라인 쇼핑몰의 등장으로 농장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을 아무런 중간단계 없이 거래하는 수단이 생겨나면서 중간유통을 배제한 신유통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직거래가 활성화 됐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유통비용은 더욱 증가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농산물 가격이 여전히 높다고 아우성이며 생산자들의 소득은 명목, 실질 소득 모두 뒷걸음치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단계 간소화가 생산자와 소비자의 편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이같은 연구결과가 농촌경제연구원과 같은 국책 연구원은 물론 대학 등 민간연구소에서도 계속 발표되고 있다. 본지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수도 없이 보도하며 정부의 유통 정책의 전환 필요성을 계속 부각시켜 왔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도 또 새롭게 정권을 차지하려는 세력도 유통단계 축소를 이야기하고 도매시장이 아닌 새로운 유통채널의 개척을 표방하고 있다.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이 여러 차례 증명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과 정치권의 공약은 바뀌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유통업자들은 산지에서 농산물을 수집해 도매시장에 출하를 대행했고 중도매인들은 도매시장에 상장된 농산물을 매입해 주요 소매상에 내다 팔아주는 영업사원역할을 수행해 왔다.
소비자들은 생산자뿐만 아니라 유통상인들 덕분에 신선한 농축산물을 원거리 이동없이 가까운 곳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수십 년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할 수 없는 농산물의 유통 업무를 대신해 온 유통업계를 향해 역대 정부 그리고 이번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후보들까지 한마디로 유통인 말살정책을 펼칠 것을 공약하고 나섰다.

문제는 이러한 부당한 대우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당하고 있는 유통인들이 분노 하기는 커녕 이의조차 제기하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유통인들의 저항이 없으니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권과 소비자, 생산자인 농민까지도 농산물 가격 변동이 생기면 이유를 막론하고 유통업계에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태풍이나 폭우로 인한 흉작으로 가격이 올라도 과잉 생산돼 가격이 폭락해도 하나 같이 유통에 않았다. 특히 도매시장을 문제가 있다며 유통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바쁜 게 현실이고 유통업계가 직면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농축산물유통업계가 당장 해야할 일은 분노이다.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떠들어 대는 정치권, 정부, 소비자를 향해 분노하고 현실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그리고 연합 해야 한다. 각기 다른 품목을 영위하고 있는 농업 생산자단체들이 주요 사안에 대해 이리저리 연합체를 결성해 움직이는 것처럼 원예농산물의 산지유통인, 중도매인, 도매시장법인, 도축장, RPC, 계란유통상인 등 농축산물 대부분을 유통하고 있는 유통의 주류세력들이 연대해 부당한 대우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생산자인 농업계도, 축산업계도, 수 산업계도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정부에 여러 정책을 제안하고 일부는 후보 공약에 반영도 됐다. 농축산물 유통인들도 유통업계의 현실을 알리고 제대로 된 농축산물 유통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또 유통인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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