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한우, 김영란法 영향 얼마나 있었을까?
한가위 한우, 김영란法 영향 얼마나 있었을까?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6.09.1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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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높은 한우 대신 수입육, 돼지고기 등 대체 축산물 판매 급증

몸값 높은 한우 대신 수입육, 돼지고기 등 대체 축산물 수요 급증

유통家, 수입육 판매 신장률 최고 76%…축산물 전체 매출은↑

“한우 갈비 줄고, 냉장 판매 늘어…한우세트 양극화 심화”

김영란법 시행 전 ‘마지막 선물 기회’ 심리작용…내년 설 직격탄 예상

▲ 지난 10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품관에서는 젊은 소비층도 고가의 한우세트를 구매하는 모습도 보였다.

추석이후 소값이 급속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추석 명절 대목을 앞두고 예년보다 도축 주문량이 밀리면서 한우 도매가격은 연중 최고가를 웃돌고 있는 상황. 추석 전 마지막 주말인 지난 10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품관에는 적게는 16만원, 최고가 100만원의 추석한우선물세트가 전면에 진열돼 있었고 고가상품 위주로 사람들이 몰렸다. 기존 언론보도와는 사뭇 다른 광경에 본 기자는 다른 추석선물세트장도 둘러봤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의 시행을 앞두고 인기라는 5만원 이하의 ‘영란세트’는 쉽게 찾아볼 수가 없었으며 과일, 한과, 굴비세트 등도 10만~30만원대의 선물세트가 소비자의 큰 관심을 끌고 있었다. 과연 한우선물세트가 김영란법 영향을 피해간 것일까?

백화점, 초고가 한우세트 불티

축산물 매출 상승…한우선물세트 소비 늘어

“아직 법이 시행된 것도 아니라 신경 쓰지 않고 하던 대로 삽니다. 그리고 이건 사돈댁 선물입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1층 식품관에서 100만원짜리 한우세트를 구매한 한 중년부부가 한 말이다.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 등 3사는 지난 9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매출 신장률은 6~15.8% 늘며 고른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은 9일까지 한우로 대변되는 축산물 매출액이 전년대비 6%상승했다고 밝혔고 추석연휴가 지난 19일 예약판매 7.5%, 현장 본품판매는 4.3%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축산물 담당자는 “과거에는 법인수요가 주를 이뤘으나 올해 특히 개인수요가 늘었다”면서 매출액이 상승한 요인으로 “최근 한우가격이 올라 가격상승에 따른 자연증가 부분과 김영란법 시행 전 마지막으로 선물기회라는 생각이 맞물리면서 상승된 것이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백화점 배송서비스예약 코너 직원은 “김영란법 시행 전 마지막 명절이라 그런지 한우고가선물세트가 예년보다 더 많이 판매되는 것 같다”며 예년이나 올해나 돈을 쓰는 소비층은 여전히 고가의 선물을 사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고가의 최고급 선물세트를 선호하는 양상은 여전하며 이러한 제품들은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기업 간 접대용 제품으로 팔려나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올해 최고급 선물세트 비중을 지난해 보다 15%가량 늘렸으며 100만원에 육박하는 최고급 한우 선물세트를 사가는 고객 역시 적지 않다”고 귀뜸했다.

시중 백화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아직 법 시행 전 마지막 선물기회라는 점과 법과 관련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위축된 소비를 보이진 않고 있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대형마트, “한우선물세트 매출 감소는 김영란법보다 소값 영향”

한우 판매 줄고 수입육 판매 급증⟶축산물 전체 매출 상승 견인

유통업계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추석 선물세트판매가 줄어들고 추석한우선물세트 피해를 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700억, 전국한우협회는 1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유통현장에서는 김영란법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물경기 체감온도를 가늠케 대형할인마트의 경우 한우갈비 매출이 12.9%가량 줄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수입육, 돼지고기로의 대체소비가 이뤄져 축산물 매출액을 오히려 상승시키고 있다.

롯데마트 축산팀은 “한우를 포함한 축산물 매출이 지난해보다 2.4% 줄었지만 주말과 추석까지 소비량을 예상하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웃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실속 선물세트만큼이나 고가의 프리미엄 선물세트 역시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어 선물세트의 가격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새로운 소비패턴이 아닌 김영란법으로 양극화 현상이 탄력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마트의 경우 한우 갈비 매출은 11.7%줄었으나 한우 냉장육의 경우 14.8% 늘었다. 눈에 띄는 점은 수입육의 경우 76%나 매출이 신장했다는 점이다. 쇠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등을 합산한 수치지만 대형마트에서는 한우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주면서 수입육이 매출 신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마트 축산팀은 “한우값이 부담되는 소비자들이 수입육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올해 한우를 찾는 소비자들의 특징은 갈비보다 냉장육을 선호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추석과 설 명절 전 10일간 쇠고기 소비량은 평월대비 140~170.4%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갈비 부위 소비량은 추석에 506.9%, 설에 435.3% 늘어났으며 사태의 경우 설에 1241%, 추석에 42%가 증가하는 등 명절 수요가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올해 선물세트 갈비주문이 뚝 끊겨 재고가 그대로 쌓이는 등 정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또한, 한우 판매량은 감소했더라도 다른 축산물이 대형마트 축산물 전체 매출을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현장에서 한우 소비가 김영란법 영향이 있는 것 같나’라는 질문에 이마트와 롯데마트 측은 “김영란법 영향보다는 소값 상승에 따른 한우 소비 위축으로 돼지고기와 수입육 판매가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주말 오후, 양재 하나로클럽은 특가 한우를 구매하기 위해 선물세트와 정육코너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우선물세트 판매 지역 간 분위기 달라

일부지역 판매되지 못한 한우 선물세트 쌓여

양재동 하나로 클럽, 세트별 상품 품절

추석을 일주일 앞둔 8일, 수원축산농협 축산물유통센터 냉동창고에는 판매되지 못한 한우선물세트가 성인 남성 키만큼 쌓였다.

유통센터 직원은 “지난해에는 택배주문 포장 때문에 주말도 반납하고 전 직원이 출근해 일했는데 올해는 주문 물량이 없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한우값 상승, 김영란법 시행과 더불어 명절특수마저 사라져 경기도권 축협들이 지난해 대비 30~40% 판매감소를 보이며 삼중고를 겪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한우를 절대 5만원 이하로 판매할 수 없다고 단호한 반면 일부 축협들은 4만9900원짜리 한우 불고기 세트를 내놓았지만 이 역시 호응이 저조하다. 강원 지역도 마찬가지. 할인판매행사에도 소비촉진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후문만이 전해지고 있다.

반면 횡성한우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횡성축협 측은 “지난해와 같은 700두를 도축했으며 김영란법을 의식해 5만원 이하의 육포와 같은 가공품 선물세트를 많이 준비했다”고 밝혔다. 유독 횡성한우만이 김영향법의 영향을 피해간 것은 이번 축산물브랜드페스티벌에서도 다시 한 번 검증된 ‘명품인증’ 품질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양재동 하나로 클럽은 꽁꽁얼어붙은 지역 농ㆍ축협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농협유통 측은 “10일 기준, 전년대비 축산물은 2.8% 상승했고 한우를 포함한 우육의 경우 2.3%의 성장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찾아간 양재 하나로클럽 축산물 코너는 주말을 이용해 축산물을 찾는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30~40만원대 일부 제품은 품절현상을 보이기도 했으며 16만원~27만원대의 실속형 한우선물세트도 호조를 보이며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었다.

김영란법 여파는 체감되기 시작했다

법 시행 후 첫 명절 설날 ‘직격탄’ 예상

한우업계에 있어서는 김영란법의 영향이 법 시행 전부터 그 피해가 조심스럽게 감지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일부 축협에서 4만9900원짜리 한우선물세트를 선보였지만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했다. 고육지책으로 유통, 포장, 물류비를 줄여 단가를 낮추거나 상품구성을 변화한다 하더라도 ‘우리 명품 한우’의 이미지를 담아내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 5만원 이하의 한우선물세트 구성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형마트 축산담당자들도 일제히 “한우는 5만원에 상품을 내놓을 수 없다”고 인터뷰를 통해 일축했다.

각 유통채널은 주요 고객층에 따라 극명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 큰 증감률을 보이진 않았지만 최근 상승한 한우값의 영향으로 중저가 대체 축산물, 수입육이 축산물 매출을 지탱하거나 매출상승을 견인하고 있었다.

또한, 추석 소비량 500%를 상회하던 갈비살이 대형마트, 정육점 할 것 없이 재고로 쌓여가는 현실과 함께 서울ㆍ수도권 지역 외 지방에서는 한우 소비자들의 대체품 이동이 눈에 띄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농ㆍ축협 및 직판장에서는 20%에서 최고40%이상 한우 소비량이 크게 감소해 한우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따라서 △김영란법 시행 전 마지막 성의 표시라는 소비심리 △김영란법 대비 중저가 선물 증가세 △뚜렷한 양극화 현상 △대체 품목인 돼지고기와 수입육 수요 급증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들의 수요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한우는 김영란법 시행 후 첫 명절인 설날에 그 피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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