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원인, “축산농가에 책임 전가하다니...” 울화통
구제역 원인, “축산농가에 책임 전가하다니...” 울화통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7.02.08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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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혈청 표본 검사, 접종 교육 부실…드러나는 구멍
   
 

정부, “농가 모럴해저드 있었다”…농가, “현실 모르는 소리” 

“백신값 아끼자고 내 자식같은 애들을 땅에 묻히게 하겠습니까?”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백신 비용 부담, 착유량 및 산자수 감소, 유산 등의 이유로 접종을 하지 않은 '모럴해저드'가 농가에 있었다”고 밝혀 농가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구제역 발병 원인으로 농가가 백신 접종을 기피해 발생한 것이라고 발표해 인재(人災)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그간 구제역 특별방역대책기간 운영을 통해 지난해 12월 기준 기준, 소 97.5%, 돼지 75.7%의 백신 항체 형성률을 보여 높게 유지하고 있어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7일,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정읍 구제역 한우 농가의 소 20두를 검사한 결과 1마리만 항체가 형성돼 항체 형성률은 5%로 나타났다"고 밝히면서 "구제역 발병 농가는 지난해 8월 26일 마지막으로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확인돼 5개월이 안 된 상태여서 효력이 있어야 정상이지만 항체 형성률이 5%라면 접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즉, 농가가 백신 접종을 기피해 이번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축산 농가들은 “정해진 수칙대로 하고 있는데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느냐”며 반발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화성의 한우 농장주는 “이번 구제역 발생 농가의 항체 형성률이 낮은 건 사실이나 항체가 있는 것 자체가 접종을 했다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정읍 한우 농장주는 “생애주기 별로 4~5개월 마다 구제역 예방 접종을 실시하고 이를 정읍시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냉장 보관 후 미지근한 물이나 실온(18℃)에 놔뒀다가 접종해야 하는 가이드라인도 지켰다”고 항변했다.

전국한우협회 박병남 충북지회장은 “돈 주고 산 백신을 버리는 농가가 있겠나”며 “접종 방법도 제대로 교육하지 않으면서 왜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느냐”고 농식품부를 질타했다. 백신접종에 대해 일회성 교육에 그칠 뿐 지속적인 관리나 교육은 없었다는 말이다.

경기도 파주에서 한우를 사육하는 한 농장주는 “소에 백신을 주사하려면 3사람 정도는 달라붙어야 하고 베테랑 수의사들도 몇 십, 몇 백마리의 소에 주사하는 것을 힘들어 해 소규모 농가들만 수의사들이 주사 한다”면서 “불가피하게 외국인 노동자를 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 부실접종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농가 자율에 맡긴 지금의 접종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2010년 구제역 이후 정부는 백신 접종을 의무화 하고 전국의 백신 항체 형성률이 지난해 12월 기준, 소 97.5%, 돼지 75.7%라고 밝혔지만 구제역에 뚫리고 말았다. 충북 보은 젖소농가의 항체 형성률은 19%, 전북 정읍의 한우 농가는 5%에 불과했다.

농식품부는 “그동안 구제역이 많이 발생했던 돼지와 달리, 소의 경우에는 그동안 전체 사육두수의 10% 정도만 혈청 표본검사를 해 왔기 때문에 표본검사에 소홀했던 측면이 있어 방법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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