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오리 수난시대②] 오리휴지기제의 다른 이름, ‘오리 말살정책’
[기획-오리 수난시대②] 오리휴지기제의 다른 이름, ‘오리 말살정책’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8.02.13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리휴지기제 강행…법규 무시는 기본
오리말살정책 변질, 연관산업 대책 전무

정부는 이번 고병원성 AI에 대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충북도는 지난 AI 당시 400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 했었지만 이번 AI에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화제가 되고 있다. 한 군의원이 '겨울철 오리농가 휴업보상제'를 정책 제안해 전년대비 약 330억원의 예살 절감 효과를 봤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이번 기사에 앞서 지적한 '[초점] 오리 휴지기제 졸속 시행 부작용…오리농가와 참프레의 변(辯)’에서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타 지역에서 오리 사육이 확대되는 풍선효과 등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간과해 산업의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 오리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오리 휴지기제는 지난해 10월 31일 지자체가 가축 사육 제한을 명할 수 있도록 가축전염병 예방법의 일부가 신설됐다. 제 3조의 4에서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가축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중점방역관리지구 내 해당 가축의 사육제한을 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항의 시행일은 올해 5월 1일부터다.

그러나 대부분 지자체는 일반 농가를 대상으로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살처분 비용을 전액 부담시키고 사육시설 폐쇄, 향후 사육 제한 등으로 압박해 휴지기제 참여 확인서를 요구해 법적 소송 움직임까지도 보이고 있다. 한 오리농가는 “반강제적인 휴지기제 참여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패럴림픽인 3월 중순까지 입식조차 못할 텐데 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오리휴지기제는 사육을 제한함으로써 고병원성 AI발생과 확산을 저지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현실과 괴리가 깊은 까닭에 오리 사육 농가들 사이에서 오리말살정책이라는 핀잔을 듣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종오리를 생산하는 원종오리는 전남 장흥이 유일하나 타 지역으로 종오리 입식이 불가능해 향후 오리 수급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종오리는 적기에 입식해 후보군과 교체돼야 종란의 원활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

입식이 지연될 경우 노계군의 장기간 사육으로 생산성은 떨어질뿐더러 질병저항성 약화로 오히려 AI에 취약해진다는 것이 오리 업계의 일치된 의견이다.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지자체들은 반입금지 조치를 내리고 있어 종오리 폐기비용이 불어나는 등 여러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한국오리협회는 “농식품부와 해당 시ᐧ도에 우선 종오리에 한해서라도 철저한 방역조치 이행조건으로 반출. 반입을 허용해 달라는 건의를 수차례 하고 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며 “지자체들은 조례에 따라 구성된 가축방역심의회 의결을 통해 AI 발생지역 생산 오리 반입금지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으나, 조례에 따라 해당 축종 생산자단체의 지회장을 위원으로 위촉하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명단에서 배제한 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오리휴지기제에 따른 풍선효과의 부작용은 이 외에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오리협회는 “정부가 180개 농가 사육 제한물량 50%에 해당하는 종란폐기 보상 외에 연관 산업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도 꼬집었다.

종오리장 및 부화장 운영율 저하, 사료공급량 감소, 깔짚ᐧ약품 등 각종 사육자재의 공급량 감소, 도축물량 감소에 따른 도축장 가동율 저하, 운송ᐧ유통 감소 등 오리 산업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 부분의 피해 대책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충북의 한 군의원이 제안한 ‘겨울철 오리농가 휴업보상제’는 한국오리협회 충북지회에서 2014년부터 충청북도청과 농림축산식품부, 국회 등에 건의했던 결과물이었다.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농가들의 땀과 고민이 담긴 제도를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한 군의원의 공로는 인정하되, 좀 더 현실성 있고 균형감각을 갖춘 제도로 진화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현장의 목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