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 축산부분 고전…비싼 수업료만 지불하나
사조그룹 축산부분 고전…비싼 수업료만 지불하나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8.02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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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 뿌리내리기 실패한 대기업 전철 밟을 수도

수산기업 사조그룹이 식품, 축산부분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축산부분에서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통적 수산명가에서 유지업체인 해표와 식품회사인 대림, 오양, 옹가네, 남부햄 등을 속속 인수하며 종합 식품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며 성공적 M&A라는 평을 받았지만 이후 우림인티, 토종닭 도계회사인 아성, 하림 닭계열업체인 육성, 대원사료 등 축산관련 회사 인수 이후 사조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영업실적 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사조인티그레이션의 경우 2011년 404억원 매출에 영업 손실 36억원,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8.8%를 기록했고 토종닭 부분에서만2011년에 약 6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사조축산부분의 핵심분야인 양계부분이 공급과잉으로 닭고기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최대 성수기인 7월 복경기까지 실종 올해 사업 적자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설상가상 2013년 1분기에만 10% 가까운 배합사료 가격 인상이 예고되어 있고 2분기 3분기 국제 곡물가격도 계속 인상될 것으로 보여 사조그룹의 축산부분의 향후 실적 전망은 더욱 암울한 상황이다.
축산업계에서는 “사조그룹이 축산부분의 생리를 잘 몰라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다”며 장기불황에 접어든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사업 철수 등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내 놓고 있다.

수산·축산 무엇이 다르기에

넉넉한 자본을 소유하고 여러 사업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조그룹이 축산부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조그룹의 주력사업 부분인 수산과 신사업인 축산부분은 얼핏 생물을 가공해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슷해 보이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못하다.
소비자 지향의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만 잘하면 성공가능성이 비교적 넓게 열려 있는 사조의 수산분야 그리고 식품분야와 달리 축산부분은 챙겨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상시 수급불균형에 가격 변동이 심하고 파트너인 축산농가와 끊임없이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 축산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조의 핵심 사업부분인 수산부분의 경우 사조가 뿌리지도 심지도 않은 참치 즉 스스로 번식하고 스스로 성장한 생선을 그물만 던져 잡는 방식이기 때문에 어획량 조절만 잘하면 손실을 볼 수 없는 사업이다.
특히 수급조절도 국내 원양 참치시장은 동원이라는 절대강자에 사조와 오뚜기가 뒤를 잇고 있고 어선세력도 거의 과점 수준에서 몇몇 회사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어획량 증가로 인한 공급과잉과 같은 리스크가 거의 없다.
하지만 축산부분은 질병, 기온, 축사 시설, 축산농의 숙련도에 따라 생산량의 진폭이 크고 수급에 따라 가격 변동도 심해 경영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또한 농장-도축-육가공-유통에 이르는 수직계열화가 대세인 닭고기 부분의 경우 이를 아우르는 전문가도 국내에 거의 없어 수직계열화사업에서 성공모델로 손꼽히는 기업도 그리 많지가 않다.
특히 수급조절의 경우 사조의 경우 미미한 시장점유율로 인해 경쟁업체들의 사업계획에 따라 육계나 토종닭, 돼지의 가격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업계획을 짜는 것도 쉽지 않고 예측된 전망도 질병이라는 변수에 하루아침에 무너지기 쉽다.
질병의 변수로 건실한 중견기업들이 하루아침에 파산하거나, 부도위기에 몰리고, 겨우 기업회생절차를 거쳐 연명해야 했던 사례도 부지기수다.
닭고기 계열업체 업계 빅3 체리부로가 2003년 고병원성 AI 발병으로 부도가 난 후 이지바이오그룹의 도움으로 화의가 받아들여져 겨우 회생했고 나주의 삼계·오리 계열화업체인 화인코리아도 2003년 고병원성 AI로 파산 이후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이외에도 파산한 신명(하림이 인수), 우림인티(사조인수)도 질병리스크와 경쟁업체들의 물량늘리기에 무너진 기업들이고 닭고기 관련 협동조합도 이같은 변수에 파산하고 말았다.

축산진출 대기업은 왜 모두 철수했을까?

변수가 적은 수산과 식품분야와 달리 축산부분은 변수가 너무 많고 수급조절을 기업이 마음 먹은 대로 할 수 없어 축산부분에 대기업의 진출은 쉽지 않았다.
한때 축산부분에 진출했던 삼성그룹(CJ)을 시작으로 대상그룹, 동방그룹, 한일 등이 축산 생산부분에 발을 들여 놓았다가 쓴맛을 보고 자의반 타의반 시장에서 철수해야만 했다.
유가공분야도 굵직한 식품대기업이 아닌 중견 전문유가공업체들이 수십년간 꾸준히 시장을 주도해온 부분도 축산부분의 특수성 때문이다.
거대자본을 소유한 대기업들의 신사업 진출 형태 대부분이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 저가 판매
로 단번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방법을 활용한다. 하지만 축산식품은 신선품 즉 냉장형태로 유통이 되기 때문에 일반식음료 분야에서 보여주는 형태로는 성공하기 힘들다.
농협목우촌이 후발주자로 유가공사업에 진출했다가 상당한 물량을 매일 같이 폐기처분하다 사업진출 5년여 만에 접은 것도 농가의 마음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가는 긴 시간을 견뎌내지 못했기 때문이고 대상그룹이 팜스코를 하림그룹에 넘긴 것도 롯데가 막강한 소매유통망을 갖고 있으면서도 유가공산업에서 존재감이 없는 것이나 동원그룹 유가공부분인 데어리푸드나 덴마크유업이 수차례 주인이 바뀌면서도 시장에서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축산부분에서 규모가 있는 기업 대부분은 소기업 또는 농장단위부터 차근차근 성장해온 장수기업들이 대부분으로 꾸준히 눈에 잘 띄지 않을 수준으로 사업을 조금씩 조금씩 확장해 지금의 대표 축산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대표 축산그룹 하림이 출범한지 26년 성년기를 보내고 있고 유가공업체의 경우 서울우유가 75주년, 남양유업이 50년, 매일이 46년, 양돈계열업체인 선진이 40년 등 이들 기업의 역사가 국내 축산업의 역사일 정도로 시장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사람 중심의 축산업 사조는 이해할까?

이러한 사업적 측면 축산식품의 특수성뿐만 아니라 축산농가와의 관계 설정도 사조그룹이 넘어야할 산이다.
우리 축산업계는 농가와 기업 간의 생축이나 원유 거래는 외상이나 어음의 통용되지 않고 농가에게 늘 당일 현금결제(매일 생산되는 원유는 15일마다 결제)가 일반화되어 있을 정도로 농가 몫을 가장 먼저 챙겨주도록 시장의 룰이 농가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이러다 보니 축산농가와 거래하는 배합사료회사나 축산물유통업체, 협동조합 모두 농가 우선의 사업모델이 일반적인 형태로 연매출 4조원대의 국내 최대 축산기업인 하림그룹도 농가들과 우호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거래 농가를 대상으로 한 복지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생산자단체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부대사업을 펼치며 노력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경우 금융, 축산물유통, 원자재 공급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농가들이 마음 놓고 농장운영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고 배합사료회사도 단순히 배합사료 판매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컨설팅을 통해 농가들에게 무한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농가와 기업 간 상생프로그램은 축산기업에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 있다.
하지만 사조그룹이 축산업 진출 이후 보여준 모습은 과연 농가와 상생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수급조절 사업 참여 약속을 해 놓고도 파기해 토종닭 농가들이 사조그룹 사옥까지 찾아와 농성을 벌이는가 하면, 사조오양75호 외국인선원에 대한 폭력 등 인권유린 사태가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고, 편법적인 방법으로 국내 최대 오리, 삼계 수직계열화업체를 강탈하려는 시도, 경영권 분쟁으로 잠시 어려움에 빠진 오양수산을 정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인수하는 등 지금까지 사조그룹이 보여준 모습은 축산업 정서 농가 정서에 반하기 때문이다.

축산시장 축산정서 이해하는 기업만 성공가능

대기업의 축산진출 실패사례와 국내 축산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사조그룹의 축산시장에서의 안착은 힘들어 보인다.
자본만을 앞세운 축산진출, 어떤 식으로 든 돈만 벌면 된다는 사조의 낮은 윤리의식을 고려할 때 변동성 많은 축산시장에서 발생한 리스크를 협력관계에 있는 농가들에게 떠넘길 가능성이 높고 축산업계 전체는 어떻게 되든 자사만 생존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무리수를 둘 가능성도 높아 축산농민들의 강한 반발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도 높다.
결국 이명박 정부 들어 축산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의 사육부분 진출 문호가 개방돼 사조와 같은 회사들의 축산업 도전은 계속되겠지만 우리 축산업 풍토에 적응 가능한 기업은 오랫동안 축산분야에 뿌리를 둔 하림과 같은 축산계열화 업체와 배합사료 업계 그리고 협동조합이 출자한 자회사들로 압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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