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 4대 난제 ⑤ - 사상누각 대한민국 축산…대답은 있을까?
축산업 4대 난제 ⑤ - 사상누각 대한민국 축산…대답은 있을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10.0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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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가치를 뒤엎는 축산업 version 2.0

규모화·고비용 축산에서 벗어나야 우리 축산 생존한다

축산농가 규모화로 부 축적

우리 축산업은 1980년대 경종농업에서 분리돼 전문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후 1990년대 UR협정 이후 축산분야에 배분된 정책자금에 힘입어 급속한 전업화 그리고 규모화에 성공하게 된다. 이 당시 규모화에 나섰던 상당수의 축산 농가들은 2000년대 들어 부를 축적했고 다시 투자에 나서 농장규모를 더 키우게 된다.
과거 농업 속에서 독립하기 이전의 축산업은 경종농업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성장을 했으나 워낙 협소한 농지에 묶여있던 경종농업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는 수준으로는 성장이 불가능했기에 결국 해외 값싼 곡물을 활용해 사료를 제조하면서 축산농장은 전업화 그리고 규모화할 수 있었다.
사료용 옥수수 한 톨 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축산업이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과 같은 배합사료 공급시스템, 조사료공급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규모화의 조건
경종농업에 비해 축산부분의 규모화가 두드러진 것은 농지라는 인프라에 갇혀 있는 경종농업과 달리 축산은 상대적으로 농지문제에서 자유롭고 좁은 공간에 밀집 사육을 가능케 하는 기술의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배합사료산업의 발전은 해외에서 조달한 값싼 곡물을 가공할 수 있는 대규모 공장과 필요한 양의 사료를 언제든지 공급 받을 수 있는 미국 등 주요 곡물 수출국의 계속된 풍작 그리고 곡물을 원거리에서 실어 나를 수 있는 물류기술의 발전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들풀이나 볏짚, 콩깍지 같은 농업부산물을 활용해 소를 키우던 시절에는 한 마리의 소도 키우기 버거웠던 게 사실로 지금은 사료 제조에 필요한 노력과 원료 확보에 대한 부담없이 언제든지 전화 한 통이면 사료를 조달할 수 있다.
여기에 축사시설 및 장비의 현대화와 자동화 등 적은 노동력으로 많은 가축을 관리할 수 있게 됐고 밀집사육이라는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진 가축들의 질병을 예방 치료할 수 있는 동물약품산업이 보조를 맞춰주면서 축산업은 사료와 축산자재를 자급해 가축을 키우던 저 투입 산업에서 외부 산업에서 각종 원료를 공급받는 고 투입 산업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위기는 곧 규모화…투자의 적기

1995년 한우사육농가는 51만9000호로 259만4000두가 사육됐으나 배합사료 공급이 원활치 않고 가격도 폭등했던 외환위기를 거친 이후인 2000년에는 29만 농가 159만두로 급감했다. 정부가 가격지지를 해주는 낙농부분도 1995년 2만4000농가가 55만3000두의 젖소를 사육했으나 외환위기를 거치며 1999년 1만4000농가 53만5000두로 줄어들었다. 돼지의 경우 사육두수에는 변화가 없었으나 1995년 4만6000호에 이르던 농가가 1999년 2만4000농가로 줄었다.
외환위기 당시 환율폭등으로 싼 값에 원활히 배합사료를 공급받지 못하자 자본을 축적하지 못했던 상당수의 농가들이 사육을 포기한 것으로 이후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배합사료가격이 다시 안정을 되찾고 소비가 예년 수준을 회복하며 축산물 가격이 급등하자 살아남은 농가들을 중심으로 2000년대 다시 규모화는 더욱 진척된다.
2007~2008년 글로벌 식량위기 당시 때도 국제곡물가격과 환율급등으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상황이 연출됐을 때도 농가들의 이탈은 계속됐고 또 살아남은 농가를 중심으로 규모화는 계속 이뤄졌다.
규모화 그리고 곡물위기 농가이탈 다시 규모화, 이러한 공식은 우리 축산업계에 정착하게 됐고 위기를 극복한 농가들은 언젠가는 돈을 번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며 자금여력이 있는 농가들을 중심으로 농장에 대한 투자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전과 다른 축산업의 위기

하지만 2012년 현재 우리 축산업계는 이전과는 다른 상황에 직면해 있다.
바로 위기를 극복하면 맞이할 호황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AI나 광우병, 구제역 사태 직후에도 한미 FTA, 한EU FTA가 체결되고 발효된 이후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뿐 과거처럼 위기 뒤 호황이라는 공식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과거 같으면 이 정도 불황이면 누군가 손을 털고 나가줘야 하는데 버티면 돈을 번다는 공식에 익숙해져 있는 농가들만 남아 있는지라 누구도 손을 털고 나가려 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과도한 투자로 폭탄만 키우는 모양새다.
설상가상 2012년 7월 국제곡물가격이 들썩이더니 배합사료 가격의 폭등까지 예고된 상황을 맞이했지만 이를 극복할 뾰족한 대안은 없어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1997/1998년 당시에는 한우의 자가소비, 음식잔반, 다양한 대체사료 활용 등 규모화가 덜됐던 시대였던지라 자구 대책을 농장단위, 지역단위에서 세울 수 있었지만 그때보다 3~4배 이상 커진 농장들은 많은 가축을 먹일 대체사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설사 대체사료를 구한다 치더라도 자동화된 설비로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지라 급여를 위해서는 엄청난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대형농장을 짓고 수만, 수천 두의 가축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저렴한 배합사료의 원활한 공급과 자동화된 배합사료 급이 시스템 때문이었으나 더 이상 과거처럼 값싼 곡물, 값싼 사료에 의지해 농장을 운영할 수 없게 됐기에 변화된 환경에 맞는 새로운 농장운영 방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의 축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현재의 축산시스템은 1997년 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응해 전업화, 전문화, 규모화, 계열화 마지막으로 품질고급화라는 정부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물이다.
우리 축산업계도 이를 생존의 길로 인식하고 정부 정책에 착실히 따라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 축산업은 여러 결과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키우는데 비용은 조금 많이 들지만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맛에서는 뒤지지 않는 쇠고기, 세계 최고 수준의 깨끗한 우유, 80%를 넘어선 육계부분의 수직계열화, 양돈·육계·산란계 농장의 규모화, 당당히 이름을 갖고 거래가 되는 브랜드 축산물 등 각 축종별로 정부가 제시했던 여러 정책과제들이 잘 맞아 떨어져 축산물 시장 완전개방에도 불구하고 우리 축산업계는 쇠퇴하기 보다는 오히려 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 축산업계는 늘상 위기를 이야기 한다.
칠레를 시작으로 미국, EU 등 축산선진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축산물의 가격 경쟁력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고 더불어 우리 축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마련됐던 정책과제들이 하나둘 정착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본지에서는 지난 1개월간 우리 축산업이 경쟁력 제고사업 결과 축산환경문제, 악성가축질병문제, 상시수급불균형, 고비용 산업구조로 전환된 이후 글로벌 식량위기에 발생할 때마다 우리 축산업은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쉽게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기초가 부실한 산업이라는 현실에 직면해야 했음을 보도했다.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기술이 개발되고 상시 구조조정과 정부차원의 대책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러한 부작용의 원천인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실시된 농장 키우기로 규모의 경제를 넘어 규모의 불경제 상황을 만들어 냈고 품질고급화라는 미명 하에 실시된 고비용의 사양방법은 축산분야 경쟁력을 낮추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축산분야 경쟁력이 가축의 생산비를 낮추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농가들이 자본을 축적하고 재투자를 가능케 하는 소득보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방법을 규모의 경제 실현에 둠에 따라 공급과잉 상황을 초래하고 조금이라도 높은 등급을 받아 내기 위한 고급육 만들기 경쟁 상위 등급 농가에게 수익을 몰아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실제로 2011년 한우농가 중 1등급 이상 출현농가는 62.4%, 거세우를 기준으로 할 경우 78.3%에 달한다. 1등급 출현율이 너무 높다 보니 희소성의 가치를 잃어 버렸고 출현율 9.2%뿐인 1++ 등급 농가에 순익이 몰리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올 3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수익률 편차도 1++등급 161만2000원, 1+등급 86만원, 1등급 38만3000원인 것으로 분석돼 1등급 출현 농가의 경우 1년에 100마리는 출하해야 겨우 3830만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결국 현재의 등급제가 소수 농가에 소득을 몰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 더군다나 상당수의 농가들이 고급육 만들기 경쟁에 나서면서 필요 이상의 사료를 소모하며 위기상황 속에 생산비만 올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비단 농장규모화에 따른 공급과잉 상황과 잘못된 등급제로 인한 폐해뿐만 아니라 앞에서 지적한 환경문제와 질병문제가 함께 따라 붙고 있다.


우리 축산업 길을 잃다

현재 우리 축산업계는 개방 확대 그리고 글로벌 식량위기라는 두 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먼저 한미 FTA 등 개방 확대에 맞춰 정부가 내 놓은 여러 대책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한미 FTA 대책, 추가 대책, 추가보완대책 등 여러 차례 이름을 바꿔가며 내 놓았던 위기극복 방안은 값싼 곡물사료를 언제든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전제 속에 만들어진 듯하다.
축산분야 대책의 핵심은 축산시설현대화와 대형팩커 육성으로 집약되는데 결국 규모의 경제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뒤이어 불거진 식량위기로 규모의 경제에 맞는 안정적 배합사료 조달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더 이상 값싼 사료를 조달할 방법이 사라졌는데 정부의 축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은 과거의 대책을 되풀이 하고 있다.
축사시설현대화, 품질의 고급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정부, 학계, 그리고 축산업계를 보며 이번 특집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것을 가능케 했던 값싼 곡물이 과거처럼 공급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축산시스템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가능케 했던 대전제가 바뀐 만큼 우리 축산업도 변하지 않을 경우 사상누각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다.
곡물없는 현대화된 배합사료공장, 배합사료 없는 현대화된 대형농장을 상상해 보았는가.
본지에서는 과거 값싼 곡물에 의지해 축산농장을 규모화 했던 2008년 이전까지의 축산업을 축산업 1.0 시대라 정의한 바 있다.
그리고 고곡물가 시대 앞으로 우리 축산업이 추구해야 하는 축산업을 2.0 시대로 명명해 보았다.


축산업 2.0 시대

축산업 2.0 시대는 과거와 같이 값싼 투입재를 활용해 값싸게 축산물을 생산할 수 없다는 고민에서 출발한다.
유엔의 식량농업기구(FA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2년 7월에 발표한 ‘농업전망 2012-2021’ 보고서를 통해 “국제곡물가격 상승세가 2021년까지 10여 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농업 생산성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비해 곡물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게 이번 보고서의 주된 내용으로 이 같은 상황 전망은 우리 축산업계도 앞으로 10년간은 값싼 곡물을 구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조사료 재배를 늘리고 해외농업개발 등을 통해 해외에서 보다 원활히 곡물을 들여오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식량위기는 가축사료의 부족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먹을 곡물 등 식량의 부족을 말하기 때문에 자칫 사람과 가축이 곡물을 두고 경쟁을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사람도 식량이 없어 난리인데 가축에게 곡물을 먹인다는 게 말이나 될법한 일이냐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미국에서 옥수수를 가득 싣고 출발한 대형 벌크선을 생각해 보자.
인천항으로 들어오면 사료용 원료로 활용되어 가축 사료가 되지만 만약 그 배가 북한의 남포나 해주항에 들어간다면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의 일용할 양식이 될 것이다.
식량위기는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잘 다가오지 않는다. 돈만 있으면 비싸더라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에게는 그 위기가 곧바로 다가온다.
멕시코에서 옥수수가격이 급등하자 폭동이 일어났지만 미국은 멕시코에서 옥수수를 수입해 바이오에탄올을 만들어 차량 연료로 사용했다.
대한민국은 경제발전, 수출 호조로 달러가 풍부해 모자라는 곡물, 가축용 사료원료를 마음 놓고 수입하고 있지만 이러한 비정상적인 모습이 식량위기가 닥친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러시아 등 몇몇 곡물 수출국들이 자국 식량자급 상황을 고려해 해외로 곡물 반출을 금지하거나 엄청난 관세를 부과해 간접적으로 해외 반출을 사실상 막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미국과 일부 동유럽국가나 남미 몇몇 국가가 아직도 곡물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지만 곡물 수입국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많이 있기 때문에 곡물 도입이 원활하리라는 낙관적인 상상은 금물이다. 실제로 미국의 극심한 가뭄으로 미국 내 곡물가격이 폭등하자 우리 배합사료업계는 부랴부랴 수입처를 황급히 바꾸는 등 곡물 수급에 비상이 걸린 게 현재의 상황이다.


“그래도 대답은 있다”

축산업 2.0은 국제 곡물의 원활한 공급이 어렵다는 가정 하에 우리 축산업의 틀을 전면적 개편을 이야기한다.
앞에서 수도 없이 이야기 했던 것처럼 대형농장은 식량위기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
농장의 사이즈를 줄여 식량위기 도래 시 농장들이 능동적으로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사육수수를 줄이거나, 각종 농산부산물을 대체사료로 전환하는 등의 자구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기 위해서 말이다.
한우나 낙농의 경우 국내에서 발생하는 부존자원을 활용해 가축을 키울 수 있는 만큼 부존자원을 사료화해 공급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국내 농산부산물 등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사료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로 이를 활용한 TMR사료 제조 등 다양한 지원이 만들어져야 한다.
양계분야에 처음 도입된 동물복지형 농장도 대안이 될 수 있다.
20여개 농장이 인증을 마쳤는데 대부분 사육규모가 5000수 미만으로 관행 사육농장이 평균 사육규모가 5만수인 것을 감안하면 농장의 크기가 매우 작다.
하지만 이들 소형농장들은 배합사료뿐만 아니라 주변의 산야초 그리고 농산부산물을 사료원료로 활용할 수 있어 배합사료가격이 급등하더라도 생산비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을 어느 정도 견뎌 낼 수 있다.
농장의 슬림화는 리스크 분산에 적합하다.
양계장을 예로 들어 50만수 규모의 양계장이 사료가격이 20% 정도 상승할 경우 추가로 물어야 하는 사료비용과 5만수 규모의 양계장이 감당하는 사료비용은 분명 다르다.
여기에 5000수 규모의 동물복지 양계장의 경우 사료가격이 비싸지면 주위의 대체사료를 활용할 수도 있어 배합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손실의 폭은 더 줄어들 수 있다.
과거 값싼 배합사료로 인해 농장을 크게 키우고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면 앞으로의 축산은 값비싼 사료 구매 비용을 최소화 하고 자가노동력 활용 등을 통해 고비용 축산구조에서 벗어날 방도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농장의 규모를 슬림화 할 경우 앞에서 지적한 가축의 질병문제, 환경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고 전체 사육규모도 어느 정도 줄어들어 축산물의 가격지지 효과까지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지난 호에 배합사료 부분 문제 제기에서 밝혔던 것처럼 고비용 사양방식을 과감히 포기할 필요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04년 12월 한우 1등급을 세분화해 1++ 등급을 신설한 것은 시대적 역행이 아닐 수 없다.
2006년 7월 개최된 가축개량목표 설정을 위한 심포지엄도 마찬가지로 2015년까지 가축개량목표를 설정하는 자리였으나 시대상을 읽지 못하고 품질고급화 이야기만 떠들다 이른바 고급육생산을 위한 개량목표만을 나열한 채 끝이나 아쉬움을 남겼다.
갈수록 지방섭취를 꺼려하는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지방섭취를 늘리는 방향의 등급제의 개편은 국민건강에도 역행하고 농가들이 필요 이상으로 배합사료를 낭비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경우 이미 1976년 등급제 개편을 통해 프라임 등급과 초이스 등급의 근내지방도 기준을 낮춰 생산비도 절감하고 국민들의 건강도 생각하는 쪽으로 사육방식을 유도하고 있다.
높은 등급의 고기만을 우선시하는 브랜드 정책, 물류비를 과도하게 발생시키는 배합사료 공급시스템, 도축장 등을 최단거리로 이용하는 방법 등 앞서 특집에서 제안했던 아이디어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위기시 긴요하게 사용될 수 있는 여러 도구가 될 수 있다.
축산업 2.0 버전은 지금까지 우리 축산업계가 신봉했던 고정관념의 탈피라 보면 된다.
규모화 대신 슬림화, 고비용 사양방식에서 저비용 사양방식으로의 전환, 사육밀도를 줄여 동물약품 등의 사용량을 줄이고, 물류비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축산업의 틀을 바꾸자는 제안이다.
조금은 당돌하고 허황되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직면해 있는 위기 상황을 너무 침소봉대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1990년대 일본의 화우산업을 따라하며 만들어 낸 기름이 잔뜩 낀 한우고기를 보며 이런 고기를 누가 먹겠나 생각했던 것처럼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넘어서는 새로운 축산의 길도 처음 입어 어색한 옷과 같을지 모른다.
그러나 해답이 없어 답답해하고 있는 축산업계 지도자들과 관련업계 종사자들 그리고 공직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위기에 과연 해답은 있는 것이냐고.
똑같은 대책만 되풀이 하며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으로 눈앞에 닥친 일만 임기웅변 식으로 넘길 생각이라면 이러한 제안에 관심조차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축산업의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근본 대책에 관심이 있다면 농축유통신문이 지난 한 달간 던진 화두를 곱씹어 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기를 기대하며 이번 특집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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