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도농상생, 국민과 함께하는 농업·농촌 ② 국민 먹거리 안전은 위생과 방역 접목한 '푸드플랜'
[신년기획] '도농상생, 국민과 함께하는 농업·농촌 ② 국민 먹거리 안전은 위생과 방역 접목한 '푸드플랜'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7.12.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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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먹거리 종합 체계 ‘푸드플랜’ 구축으로

2017년은 유독 국민 먹거리 안전 문제가 불거진 한 해였다. 살충제 계란, 유럽산 E형 간염 소시지, 질소만 풍족한 과자 등 수많은 먹거리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민들의 배신감이 극에 달했고 이는 소비 불안으로 이어졌다. 비판의 화살은 생산자 뿐만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부처에 집중됐고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 대책 요구가 빗발쳤다. 우리 식품안전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키워드는 정신분석학에서 공포증이라는 뜻의 포비아(Phobia)였다. 이번 기획에서는 먹거리 안전에 대한 상호 역할과 대안을 고민해 본다.

‘포비아신드롬’ 모두 피해자

2017년은 ‘햄버거포비아’, ‘에그포비아’ 등의 ‘푸드포비아’가 지배한 한해였다. 이른바 ‘먹거리 파동’은 비단 2017년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1989년 ‘공업용 우지라면’, 1995년 ‘고름우유’, 2008년 ‘미국 쇠고기 광우병 파동’ 2015년 ‘백수오 유해성’, 올해 ‘맥도날드 햄버거 패티병 논란’과 ‘브라질 부패닭고기’, ‘살충제 계란’ 등 굵직한 먹거리 파동은 지속돼 왔다.

각종 식품안전 파동을 부추기며 과장된 공포를 심어준 것은 일부 주요 중앙 언론의 일방적인 보도와 소비자단체의 예민함이 주효했다.

억울한 피해자는 소비자만이 아니었다. 공업용 우지라면을 생산하던 기업은 막대한 손실과 함께 공장 가동을 중지하기에 이르렀다. 쇠고기 부산물에 대한 미국과 식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였다는 대법원의 무죄판결이 내려졌지만 기업의 피해는 되돌릴 수 없었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 때도 정부가 잘못된 정보를 발표하며 검출농장과 성분을 번복하는 일이 벌어졌고 매출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도 속출했다. 이들 논란중에는 정부의 공식 조사 결과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발표가 되도 소비자들은 해당 상품들을 기피하고 각 산업의 피해를 불러일으켰다.

‘답정너’식 불통 정책 불안

구랍 27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정부 세종청사에서 △축산업 선진화 △인증제도 개선 △식품안전·영양강화 △관리체계 정비 등 4개 분야 20개 강도 높은 세부 대책을 주요 골자로 한 ‘식품안전 개선 종합대책’을 내놨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번 대책은 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식품안전관리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 정부 부처 합동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근본적인 해결, 국민안전과 신뢰회복을 수차례 언급했지만 결국 ‘식품안전관리 시스템 일원화’는 없었고 생산 농가들의 목소리는 수렴되지 않았다. 마치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식의 불통 정책이 또 탄생한 것이다. 

충남지역 산란계 농장주 K씨는 “가금산업의 선진화가 제일 첫 대책인데, 사육면적을 확대하는 것은 오히려 후퇴시키는 꼴”이라며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도 “이번대책에도 구색맞추기식 ‘식품안전정책위원회’ 일원화를 말하고 있다”면서 “결국 각 부처의 이해관계나 기조에 따라 엇박자를 보이거나 정책 추진에 상당한 시일이 요구될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함께 만드는 정책 필요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축산선진화의 일환으로 동물복지형 축산환경 전환을 표방하고 있다. 사육면적을 현행 0.05㎡/마리에서 0.075㎡/마리로 개선하고 내년부터 동물복지 인증 농가에 직불금제도를 도입해 동물복지 축사를 독려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내년부터 산란일자 표기와 식용란선별포장업을 의무화 하고 계란·닭·오리에 대한 이력추적제를 확대 도입한다.

대한양계협회는 “사육면적을 0.05㎡에서 0.075㎡로 확대할 경우 생산량이 약 25%가량 줄어들며 줄어든 달걀 생산량과 상승하는 달걀 가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 왔다. 일본과 미국의 마리당 산란계 사육면적은 우리나라에 비해 좁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피력했지만 식약처는 동물복지형 조기 전환을 이유로 유예기간을 단 7년밖에 허용하지 않아 수많은 산란계 농가들이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가거나 제도권에 들어서기 어렵게 됐다. 또, 농식품부는 케이지 사육면적 확대를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적용함으로써 농가를 옥조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2025년까지 막연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동물복지 농장의 씨가 마를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존하는 동물복지 농장은 장기간 스스로 직거래 판로를 개척했는데 무작정 동물복지 농장을 늘릴 경우 한정된 수요를 받쳐주지 못해 산업이 공멸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차원 먹거리 전략 ‘푸드플랜’

이번 정부는 문제가 발생시 신속한 초기 대응이 눈에 띈다. 특히 살충제 계란파동 당시 정부는 ‘사흘 내 전수조사 완료’를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곧 부실검사 논란을 키웠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에게 더 큰 불안감을 심어줬다. 정부가 빠른 극약처방으로 국민적 신뢰감을 높이려다 오히려 조급한 대응이 불안감과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정부의 갈팡질팡한 모습으로 과장된 공포는 실제 피해가 없음에도 여과없이 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초기대응이 분명 중요하지만 국민들은 정부의 치밀함이 엿보이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식약처, 농식품부 등 개별 부처의 노력만으로는 정책효과를 높이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단위의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국민 먹거리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핵심은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국가 단위의 종합 먹거리전략 이른바 ‘푸드플랜’을 구축이다. 현재 국가단위 푸드플랜을 구축한 국가는 호주·영국·프랑스·일본 정도다. 

국민 먹거리 안전 지키려면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도 집중적으로 거론됐던 농식품부와 식약처의 이원화로 빚어진 사태라는 시각이 많다. 식품생산부터 가공ㆍ유통ㆍ판매 관리 시스템이 두 부처로 이원화돼 책임이 불분명하고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간과하고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에도 포함된 국가단위 푸드플랜이 대두되는 이유다. 생산·가공·유통·위생·검역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면서 통합적인 관리체계를 구축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푸드플랜은 단순 먹거리 유통과 관리 측면을 초월해 도농상생의 기틀을 다지는 의미로도 통한다. 

지역단위 푸드플랜을 시작으로 각 시·도의 먹거리정책이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기여하도록 해, 앞서 거론된 동물복지 농장의 취약한 교섭력에 따른 판로 우려도 씻어낼 수 있으며 식품안전관리 일원화를 너머 지자체와 국가가 연결된 통합 관리체계를 구상할 수 있다.

축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들도 국가의 발걸음에 희망을 담아 적극 동참해야 한다. 생산하는 대로 소비되는 시대에서 소비여건에 따라 생산하는 시대가 변모된 지 오래다.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는 노력과 의지도 발걸음에 담겨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청취해야 하고 그 목소리를 정책으로 응답한다. 농가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더 이상 하소연할 곳도 의지할 곳도 사라져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한 소비자단체 여성 대표는 “불합리한 부분 또한 소비자들을 설득하지 못한 가운데 주장만을 내세운다면 국민들이 등을 돌리는 결과만 낳게 돼 수입 식품에 대한 적응력을 오히려 농가들이 주도하는 형국이 나타나게 될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가장이 가족의 먹거리를 챙기듯, 국가가 국민의 먹거리를 챙기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덕목이다. 범람하는 수입식품들과 다양한 가공식품, 취약계층에 대한 먹거리 지원 및 영양관리, 결식아동의 급식, 식품영양관리 등으로 국가 차원의 세심한 식품안전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 국민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국가식품관리시스템의 초석을 마련해야 할 적기인 것이다. 국내 식품 관련 화학 농자재로 인한 공포감은 높지만 정작 이러한 성분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는 농축산인들을 걱정하는 시선은 없었다. 철저한 소비자 위주의 정책도 합리적이지 않다. 그 대책은 누구도 식량기본권에서 소외되지 않고 이웃과 상생하는 대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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