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모범사업자 체리부로의 두 얼굴…상생 뒤에 가려진 위선
[심층취재] 모범사업자 체리부로의 두 얼굴…상생 뒤에 가려진 위선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7.11.09 10:1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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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익산지역 AI발생농장을 출입한 이력이 있는 한국원종의 트럭이 농장을 점거하고 종란 반출을 못하도록 정차돼 있는 모습.
본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두 수장이 계열화사업자에 대해 고강도 압박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계열업체와 농가 간 절대 ‘갑’과 '을'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번 체리부로 한국원종 사례를 통해 산업 구조 민낯을 드러내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1. <프롤로그, 종란 소유권 분쟁> 2. <상생 저버린 제 1호 모범사업자 체리부로> 3. <기이한 종계 산업 구조 개선> 4. <계열화 사업자 관리·감독 구멍은>

생 저버린 계열화 모범사업자

소통 부재, 양측 8달 째 평행선…법적 소모전

한국원종 “농가 요구 최대한 수용했다”

고려농장 “한국원종 묵묵부답, 강요만 했다”

“같은 축산인으로서 오해를 벗고 합의를 희망했지만 종란 도둑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고려농장을 운영하는 최긍규 대표는 지난 8개월간 벌어진 일들에 대해 담담히 털어내며 참담한 심정을 쏟아냈다. 취재과정에서 최 대표는 계열업체의 갑질과 횡포속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정부의 무능함도 질타했다. 체리부로는 1991년 창립이래 원종계-종계-부화-사료-사육-생산-유통-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제 1호 모범사업자다. 어쩌다 농가가 첫 모범사업자인 체리부로에 대해 악덕기업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기게 됐을까?

◆ AI시즌 金종란, 이익 혈안

사건 당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종란을 구할 길이 없어 일부 계열업체는 불가피하게 미국에서 종란 28만개 가량을 개당 약 1200원에 수입하기도 했다. 해당 업체 실무자에 의하면 “전체 종계 중 30%이상 살처분된 상황에서 국내서는 병아리를 구할 수가 없었다”며 “회사는 거래처 납품의무가 있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수급을 위해 종란 수입이 불가피 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양계협회 시세 정보에 의하면 당시 병아리 가격은 800원 선. 일선 현장에서는 900원을 호가하는 상황이었고 100원 이상을 얹어야 다른 납품처 물량을 빼올 가능성이 있었다. 이 시기 한국원종은 미림과의 납품 단가였던 275원 납품을 요구하며 무단점거에 나섰다. 고려농장은 한국원종의 무차별 실력행사에 이내 손을 들고 결국 301원으로 협의, 독점공급을 강요당했다. 한국원종은 이 협상으로 비로소 무단점거 농성을 철수했다. 고려농장에 따르면 7월말까지 한국원종에 납품한 종란은 250만개에 이르며, 이때 시세차익만 6~7억원으로 추산된다.

◆ 적법성 문제

한국원종은 3월 30일, 수원지방법원에 사료대금 3억2682만2600원과 종란임의처분 손해배상금 1억1741만4000원 등 총 4억4423만6600원에 이르는 소송을 제기한다. 고려농장이 이로 인해 걸렸던 가압류가 부당하다고 이의제기하자 한국원종은 7월 25일 돌연 사료대금에 대해 부분취하했다.

이에 대해 한국원종 사육기획실은 “올해 2월 기준으로 남아있던 잔액에 대한 청구였으며 중간 종란납품으로 정산된 금액이 있기 때문에 취하가 된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정산된 금액과 명목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회피했다.

체리부로는 한국원종에 사료를 팔고 한국원종은 미림에, 미림은 고려농장에 사료를 넘겼다. 반대로 종란 납품 대금이 농장에서 체리부로까지 역순으로 흘러들어간 내역을 살펴보면 사료대금 청구의 근거를 찾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답을 거부했다.

한국원종이 사료대금 부분취하에 대한 충분한 소명을 하고 있지 않고 있어 공개하지 못할 부정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다. 고려농장측 법률대리인은 "불분명한 근거와 허위의 서류를 통해 가압류 및 소송을 제기를 했다면 법원을 기망해 이익을 취하는 행위이므로 소송사기에 해당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 다양한 법적절차 압박, 왜?

한국원종은 고려농장에 대해 부동산 가압류(농장 일대), 유체동산 가압류(종계), 종란살처분보상금 가압류(논산시청)와 함께 종란을 부화장으로 이동한 데 따른 절도 및 배임죄 등 다양한 민·형사상 법적 절차를 밟았다. 농가는 가압류로 인해 종란 등 재산에 대해 임의처분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자금통로를 차단당해 은행 상환연장 불가 등 금전적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불합리한 가압류에 이의제기를 하면, 이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기 직전에 압류를 취하하는 등의 수법으로 농가를 옥죄였다. 이는 농가 자본 흐름을 끊어 금전적 압박에 시달리게 해 한국원종의 요구에 순응하도록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도덕성 문제

종계·종란소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로 내민 한국원종과 미림 간 계약서에는 고려농장 최긍규 대표의 연대보증인 서명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고려농장은 미림을 형법상 사문서위조죄로 고소한 상태다. 법적인 다툼이 있는 상태에서 농가에 대한 실력행사는 거듭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소유권에 대해 양측의 이견이 소송까지 번진 상황에서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물리적 실력행사를 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원종은 6월, AI로 인한 종란 매몰 보상금에 대해서도 가압류를 걸어 압박을 가했다. AI보상금은 생계안정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생계비용마저 수령할 수 없도록 자금줄을 원천 차단한 것은 법망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셈이다.

또한, 7월에 접어들며 호식이두마리치킨, BBQ 사건 논란으로 양계산업 전반에 걸친 소비침체와 함께 병아리가격이 300~400원대까지 하락하자 종란을 매입해 가지 않는 한편, 계약 만료일인 8월 30일 전 노계 조기도태를 종용했다. 조기도태 시기를 놓고 관계개선을 위해 한국원종이 요구하는 7월 말께 진행키로 협의했지만 도태직전까지 동의서를 보내지 않았고 도태 진행 후에도 도계장에 도태대금 지급정지 통지서를 보내 자금줄을 막았다.

체리부로는 종란과 병아리 가격이 고공행진할 때는 권리를 주장하며 물리적 압박을 가했고 시세가 떨어지자 종란 매입을 주저하고 노계조기도태를 종용한 것이다.

권리만 주장할 뿐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는 통감하지 않는 행태를 통해 최근 각종 육가공 업체를 인수하고 사세를 확장하며 코스닥 상장까지 앞두고 있는 제 1호 계열화 모범사업자 체리부로의 가면이 벗겨지고 있다.

◆ 방역 불안 가중

AI가 기승을 부린 3월, 계열화사업자의 방역책임이 강조됐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원종은 무차별적인 난입과 AI발생농장 출입이 있는 차량을 점거에 이용하는 등 방역불안감을 고조시켰다. 위해요소에 대한 조치 요구에도 가축위생방역본부 및 검역본부 지역 공무원들은 “민·형사상 다툼이 있어 개입을 할 수 없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는 곧 화로 돌아왔다. 3월 16일 체리부로 한국원종 직원들의 난립에 이어 22일, 한국원종 익산함열 종계장 AI발생으로 GPS추적결과 고려농장 점거중인 차량으로 밝혀져 혈청검사가 이뤄졌다. 이후 고려농장이 반출한 종란이 있는 신기부화장이 29일 AI확진을 받았다. 일련의 과정에서 한국원종의 방역을 무시한 점거농성이 AI를 전파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역학적 문제제기가 가능한 부분이다. 더욱이 한국원종은 AI로 매몰된 종란에 대해서도 가압류를 신청해 보상금마저 수령할 수 없도록 했다.

고려농장은 다양한 경로로 체리부로 한국원종과 접촉 신호를 보내고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적극적인 소명을 이어갔지만 돌아오는 건 법적인 절차를 통한 압박 뿐이었다.

◆ 묵묵부답 일관 소통 부재

종란 도둑이라는 오명을 안고 농가가 계열업체와 법적 공방을 이어가며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고려농장. 정부도 외면한 기업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 최긍규 대표와 이재훈 이사는 이 과정들을 세세히 기록하고, 내용증명 발송 등을 통해 문건으로 남겼다.

원만한 해결을 위한 노력은 묵살돼 왔다. 3월 15일 내용증명으로 시작된 문서는 현재까지 9건에 이른다. 이에 대해 체리부로 한국원종은 농장에 어떠한 답변도 내놓고 있지 않는 상황.

한국원종 관계자는 “우리도 수차례 농장을 방문해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이었다”며 “내용증명과 통지서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려 했다는 농가의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긍규 대표는 “서로의 충분한 논의 없이 법적 절차를 통한 압박이 과연 좋게 해결하려는 실마리였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일선 실무자들과의 협의도 지켜지지 않아,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명을 다하면서 체리부로 김인식 회장을 비롯한 책임자들과 면담을 요구했지만 묵살돼 왔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AI로 인한 양계산업 회복과 소득보전을 위해 원만한 협의를 원했다고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첫 계열화사업 모범사업자로 선정된 체리부로가 농가에 가하는 일련의 행위들은 농가와의 상생 외침 뒤에 가려진 위선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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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꾼 2017-11-13 14:06:56
내용이 너무 어려워요 ,, 관련 종사자 아니면 알기 어려워
보통 사람이 글을 이해하고 상황에 공감하는데
상당한 노력이 요구되네요

도종호 2017-11-13 13:32:45
저런 깡패 집단 같은 회사가 지금도 존재합니까 농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합니까 이젠 참지말고 공정위 또는 청와대에 진정서를 넣으세요 우리 양계농장들도 남의 일이라 생각말고 힘을 합할수있도록 돕겠습니다 힘내십시요

qkrcjstjr 2017-11-13 13: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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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사랑 2017-11-10 09:35:21
기업의 이중성을 보네요,,정부엔 우린 착한 기업... 농가엔 피도 눈물도 없는 몰아부치는 이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