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계축산업협동조합 설립 논의 ‘잠잠’…구심점 부재 숙제
종계축산업협동조합 설립 논의 ‘잠잠’…구심점 부재 숙제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8.08.22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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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계납품계약 관련 분쟁으로 계열업체와 맞섰던 한 종계농장은 계열화사업자의 물리력 행사로 납품 독점권을 강요당하고 가축 사육권까지 침해당한 바 있다. 사진은 사료차량이 농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체리부로계열사 한국원종 직원들이 드러누워 막는 모습. 때문에 종계농가들 사이에서 농업법인형태와 협동조합형 모델 등을 통한 상생과 균형발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종계납품계약 관련 분쟁으로 계열업체와 맞섰던 한 종계농장은 계열화사업자의 물리력 행사로 납품 독점권을 강요당하고 가축 사육권까지 침해당한 바 있다. 사진은 사료차량이 농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체리부로계열사 한국원종 직원들이 드러누워 막는 모습. 때문에 축산계열화법 품목삽입과 종계농가들 사이에서 농업법인형태와 협동조합형 모델 등을 통한 상생과 균형발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농가 권익향상 위한 종계축협 설립
육계계열화사업자 파트너십 유도 관건

[농축유통신문 김재광 기자] 시끌했던 종계축협 설립 논의가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종계부화업계 권익향상 논의 또한 지지부진한 상황에 빠졌다.

종계부화업계 생존전략으로 ‘협동조합형 모델’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종계부화협동조합 설립 논의가 한창이었지만 결국 다시 백지화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별다른 갈등 양상이 도드라지지 않지만 협동조합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구심점 명분이 빈약해 원심력이 강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종계부화업계는 지난 20여년 간 육계계열사에 종란을 납품하면서 관계를 지속해 오고 있다. 대한양계협회가 파악하는 종계부화업계의 계열화율은 75%이상. 종계부화업계는 20년전이나 지금이나 종란납품 단가는 물가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은 채 비슷한 수준이라는 불만을 토해낸다.

계열화사업자에 소속되지 않고 개별적으로 납품하는 구조여서 대한양계협회는 최소한의 권리보호를 위해 표준계약서 활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농가들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납품하기 위해 계열업체마다 제시하는 상이한 계약 조건에 응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권리보호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때문에 대한양계협회 종계부화위원회는 농가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축산계열화사업법에 종계부화업 품목을 삽입하자는 주장을 강력하게 했다. 이 주장은 농식품부에 받아들여져 법제화가 목전이었지만 이를 걷어찼다. 축산계열화사업법 적용대상에 포함되면 ‘농가사료구매자금’을 지원받을 수 없어 오히려 농가에 손해라는 판단에서다.

이 판단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한양계협회 종계분과위원회가 소수집단의 이익에 따라 정책적 판단력이 흐려진 처사라는 비판을 쏟고 있기도 하다.

종계축협 논의는 이같은 배경에서 비롯돼 재점화 됐다. 계열업체와 든든한 농가단위 주체가 동등한 선상에서 주체간 계약 내용을 점검해 판매·유통하고 농가는 종계사육 및 종란생산에만 전념해 경쟁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또한, 결집한 농가단위 힘으로 배합사료와 종계공동구매사업을 벌여 생산비를 절감하고 계열업체와 계약에서 협상력을 발휘해 높은 수취가격을 가져올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김정주 건국대 명예교수는 "육계, 오리 품목농협이 출범조차 못하고 무산된 경험을 비춰 보완해 계열화사업자와 빈번하게 발생하는 갈등관계를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협동조합형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양계협회 연진희 종계분과위원장 또한 “종계부화업계의 현 시스템을 탈피해 농가와 생산품의 가치를 높이고 기업과 대등한 관계에서 거래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협동조합 설립이다”고 강조하면서 “이런 변화를 생존을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보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산업도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6월과 7월 양계협회는 지역 지부를 순회하며 종계부화업계 토론회와 간담회를 마치고 20~30여 농가를 주축으로 협동조합 설립에 불을 지폈지만 이후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종계축협 골격을 만드는 과정에서 풀어가야 할 과제가 간단치 않다. 이를 헤쳐 나갈 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종계농가는 A씨는 “협동조합형 모델의 취지는 상당히 좋은 현상이다. 다만 신뢰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고 진단했다.

종계농가 B씨는 “내부 결속도 문제지만 외부 교섭력도 문제다”며 “계열화사업자가 사실상 절대고객이다. 이들은 이미 직영 종계장을 통해 대부분 종란수급이 가능한데, 협동조합이 아닌 양계협회의 간판을 보고 시장 장악력을 토대로 농가결집을 경계해 시장을 핸들링할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종계농가 토론회에서 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 김재민 실장은 계열업체의 파트너로 인정받는 것에서 시작해야 실패가 없다는 점을 전제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가장 대표적이고 단적인 예로 대한양계협회 내 조직인 채란분과위원회는 하림과 계란진출관련 대법원 상고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고 육계분과위원회에서는 지난해 하림을 공정위에 제소했다. 그런데 종계분과위원회가 주축이 된 협동조합은 종란을 하림에 판매해야 한다. 협동조합의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이들이 주체가 되는 이상 일단 계열업체들이 과연 파트너로 인정할 것인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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