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에그포비아 확산 <下> 멈추지 않는 살충제 계란 파동…해결점은 없는가
[이슈분석] 에그포비아 확산 <下> 멈추지 않는 살충제 계란 파동…해결점은 없는가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7.09.06 17: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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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한양계협회와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가 주최한 ‘달걀 무료 나눔행사’에서 시민들에게 10만개의 계란을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하며 소비촉진의 불씨를 지폈지만 다음 날인 4일,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추가 검출되면서 계란 소비에 찬물이 끼얹져졌다.

단 일주일만에 국민 뇌리에 깊게 박혀버린 에그포비아(Eggphobia·달걀공포증)로 양계산업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계란은 국민대표 먹거리에서 삽시간에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 호 양계 산업 전반에 걸친 피해 점검(인터넷 8월24일자, 에그포비아 확산 <上> 양계 산업 도미노 타격)에 이어 정부의 대책, 제기된 문제점,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다.

● 살충제 성분 검출 잇따라

신뢰성 잃은 정부 검사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일 경남 양산과 경북 김천에서 생산·판매된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추가 검출돼 회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농장은 지난 달 15일 발표된 전수조사 결과 부적합 농장에 포함되지 않았던 농장으로 기준치의 24배에 이르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정부의 부실검사 논란과 더불어 신뢰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식약처와 농식품부는 해당 생산 농장이 보유하고 있는 계란을 전량 폐기하고,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원인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3회 연속 검사 등 강화된 기준에 따라 규제검사 등 사후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12월까지 적합 농장을 대상으로 불시 점검과 유통단계 계란에 대한 수거 검사를 지속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검사에 믿음이 무너진 소비자들의 불신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계란 소비 부진으로 나타나고 있다.

● 계란 소비량 급감

‘안심 계란’ 직접 찾아 나서

이미 대형마트 사이에서는 20%이상 계란 판매량이 줄었다는 집계와 함께 소비자 가격 또한 줄줄이 내리는 모양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추석을 앞둔 소비특수 기간을 염두하면 소비 회복세는 더딘 상황이다.

정부의 부실 검사 논란과 함께 연이은 계란 살충제 성분 추가 검출 보도에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해 직접 꼼꼼하게 체크하며 커뮤니티를 통해 ‘안심 계란’ 공급처를 공유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최근 살충제 계란, E형 간염 소시지, 생리대 유해성 등 우리 사회는 에그포비아를 넘어선 ‘케미컬 포비아(화학 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다. 때문에 구입한 계란의 농장에 검사 결과지를 직접 요구하거나 자연 방목형 농장의 계란을 찾아 활동하는 카페, 커뮤니티에 공유하는 등 직접 생육환경까지 확인하고 구매하는 풍토가 생겨난 것이다.

충남 L농장주는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구매한 계란에 대한 적합 판정 검사지를 요구하는 전화가 꽤 오는 편”이라고 전했다. L농장주는 “일일이 검사 결과 증명서를 보내주고는 있지만 곤혹스러운 것도 사실이다"며 "적합 판정 받은 농장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회수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행동들을 이해하고 모든 요구에 응해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지역 도소매 마트에서도 계란에 대한 소비가 월활하지 못한 모습이 역력하다. 매대 외 쌓인 계란이 수북하다.

● 정부대책, 규제 강화 일색

전형적 행정 편의적 발상 혹평

정부는 계란 생산자 책임과 유통·판매단계에서의 안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친환경 동물복지를 향하기 위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동물복지형 농장만이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동물복지형 농장을 30%수준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동물복지 농장 전환으로 닭을 자유방목 형태로 사육하게 되면 사육수수 감소로 인한 계란 가격 폭등이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계란 생산·소비량은 약 135억5600만개로 1인당 소비량은 연 268개 정도다. 산란계 사육 규모가 주는 만큼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면서 평균 수요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높아진 계란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의사가 미지수인 가운데 급진적인 사육환경 개선은 또 다른 산업의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산자 책임 강화에 무게를 둔 농가 처벌규정, 산란일자표시 의무 등 행정편의주의적인 대책을 내놨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계란 생산․유통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계란 이력 추적제를 도입하고 잔류농약 검출 등 문제 발생 시 역추적 등 신속한 대응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계란의 표면(난각) 표시를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고 생산일자까지 표시하도록 할 방침인 가운데, 이에 대해 오히려 시장을 혼란시킬 수 있는 대책 아닌 대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정부 대책발표에 대해 문제의 핵심을 빗겨간 대책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농가에 벌금 많이 물리고 다수 적발 시 업계에서 퇴출시키면 불량 계란이 생산되지 않는다는 식의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엉뚱한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농가가 문제 제품을 사용한 이유를 쫓다 보면 정부와 지자체의 잘못이 드러나게 되는데 책임 회피용 단발성 대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산란일자 표시에 대해서도 “추적의 문제라면, 산란일자를 표기해 시장에 혼란을 주기보다 축산물표시기준에 관한 식약처 고시를 개정해 난각코드 중복을 차단하고 비표기 물량에 대한 유통을 불허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고 주장했다.

● 어떤 대책 필요한가

장기적 시각·정부의지 보여야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 등 정치권에서부터 정부의 살충제 계란 대책에 대해 서두른 해법 제시는 다른 문제점을 야기시킨다며 양계생산 농가들과 소비자들 모두를 이해시킬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단발성 정책이 아닌 방향제시와 업계를 안정 궤도로 유도하려는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B 동물약품업체 관계자는 “동물약품 시장에서 닭진드기 분야에 대한 시장이 작아 연구와 제품 출시를 위한 투자 대비 수익성이 떨어져 제품 개발이나 판매에 대해 미약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내성이 생긴 진드기에 대한 신제품 연구를 지속하고 제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포천의 A농장주는 “와구프리가 지자체를 중심으로 농가 지원사업으로 독점 보급되기도 했는데, 확실한 검증과정을 통해 친환경재제에 대한 보급도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드기 방제약품 지원사업 관련, 친환경재제의 경우 대부분 보조사료로 등록되는 경우가 많아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어 농가 보급이 원활치 못하다. 동물용 의약품이 아닌 제품이 효능이 있는 것처럼 광고를 하게 되면 의약품과 오인할 소지가 있어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팜한농의 ‘와구프리’가 이런 점을 강조해 관납 독점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동물용의약외품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는 주장도 이어진다. 한 수의사는 “동물용의약외품 허가에 대한 절차와 시간을 간소화하거나 농가 보급 사업 대상 선정에 있어 효과가 검증된 보조사료도 포함시키는 등 농가 보급에 있어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은 “이번 살충제 파동은 약사 시스템의 부재가 불러온 재앙”이라며 “공수의사가 입추 전 현장에 투입돼 계사 상태를 점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전문 방제 업체를 운용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전문 장비를 통한 소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비와 지방비를 동원해 농가 지원 사업을 할 여력이라면 전문 방제팀 용역을 통해 연간 1, 2회 소독·청소 지원은 정부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계란유통센터 또한 AI대책과 더불어 이번 살충제 파동까지 이어진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계란 안전성 문제도 계란유통센터 건립과 함께 축산물위생관리법 상 축산물의 기준에 ‘집란’을 포함해 GP로 모인 계란에 대해 검사관 또는 책임수의사의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양계협회는 2013년 계란유통구조개선 T/F팀을 구성하고 논의를 본격화한 바 있으나 정부가 계란유통센터 건립과 법 개정에 대한 속도를 내지 않으면서 흐지부지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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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기사입니다 2017-09-06 23:31:11
소비자의 입장에서 아주 좋은 기사입니다